한국은 스톱… 축구에 빠진다-토고와 격돌’ 6월 13일 밤 10시-영평사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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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9-19 16:10 조회5,058회 댓글0건본문
●고교선 자율학습 단축 ●공주 사찰 “대~한민국”
●대형공연장 임시 휴일 ●교도소 취침시간 늦춰 ●택시기사 “운행 쉴래요”
6월 13일 오후 10시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춘다.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 토고전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민이 전면적인 생활 ‘재조정’에 들어간다.
수험생들은 잠시 책을 덮고, 거리의 택시들은 두 시간 동안 ‘개점 휴업’을 선언했다. 월드컵 응원열기는 예비군 훈련 일정을 바꿨고, 교도소도 이날만큼은 특별 시간표를 적용한다.
◆시험시간 변경, 학원가도 ‘텅텅’
월드컵 기간에 기말고사를 치르는 대학가는 요즘 학사일정 조정으로 바쁘다. 부산 동아대는 토고전이 열리는 13일에 치를 교양과목시험을 1주일 연기했고, 14일 오전 10시에 치를 시험도 1시간 뒤로 미뤘다. 대학 학사관리과는 “한국 경기일정을 배려해서 시험 일정을 짜달라”는 공문을 각 학과에 전달했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명지외고는 토고전 응원을 위해 자정까지 하던 자율학습을 3시간 단축하고 학교 강당에서 단체응원을 하기로 했다. 전성언 교무부장은 “막는다고 학생들이 안 볼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학교차원에서 응원전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노량진 등 학원가도 13일 저녁 강의시간을 비웠다.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김지연(29)씨는 “축구 중계를 처음부터 못 본다는 수험생들의 요청으로 저녁 9시 30분에 끝나는 강의가 앞당겨졌다”고 했다. 대입 입시학원 강사 유신(31)씨는 “토고전 저녁 수업에 대부분 수험생이 결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사들도 축구를 보고 싶은데 수능을 앞두고 휴강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가장 곤혹스러운 이들은 사법시험(20일), 행정고시(26일) 2차 시험을 앞둔 고시생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장민수(26)씨는 “요즘 고시생들은 ‘월드컵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재소자도 “대~한민국”
13일 밤 택시를 이용할 승객들은 다소 불편을 겪을 것 같다. 많은 택시기사들이 축구 응원을 위해 운행을 하지 않을 계획.
모범택시를 운전하는 조인철(57)씨는 “손님들도 다 일찍 귀가할 것 같다”면서 “동료 13명과 함께 차를 세워두고 시청 앞 광장에서 응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개인택시축구회 40명 회원들도 운행을 멈추고 함께 한국의 승리를 외칠 예정이다.
전국의 공연계는 적막에 빠져든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LG아트센터와 금호아트홀 등 서울 시내 주요 극장은 이날 자체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을 하지 않는다.
예비군들의 동원훈련 일정도 모두 변경됐다. 병무청은 전국적으로 12~14일로 예정됐던 훈련을 모두 토고전 다음날인 14~16일로 조정했다. 병무청은 19일 오전 4시에 열리는 프랑스전 응원을 위해 19~21일 훈련일정도 이틀 뒤로 연기했다.
공식 취침시각이 오후 9시인 절과 교도소에도 이날은 예외가 허용된다. 영등포교도소 관계자는 “수용실별로 단체응원을 허용할 방침”이라며 “2002년에도 월드컵 응원을 허락해 재소자들이 ‘대~한민국’을 크게 외쳤다”고 했다.
충남 공주의 영평사는 40인치 대형 TV로 스님과 템플스테이(일반인을 위한 사찰생활 체험 프로그램) 참석자가 함께 축구응원을 할 계획이다. 템플스테이 담당 이동익씨는 “수행하는 사람을 배려해 각자 연꽃모양 초에 불을 밝히고 작은 목소리로 응원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형석기자 cogito@chosun.com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6.06.02 23:17 05' / 수정 : 2006.06.02 23:1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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